사주에 좋고 나쁜 게 과연 있을까? 우주에는 좋고 나쁜 것, 우월하고 열등한 것이 없다. 다만, 다른 성질들이 존재할 뿐이다. 그 성질들은 떨어져 각자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음陰과 양陽처럼, 또는 오행五行(우주 만물을 이루는 다섯 가지 기운.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가 있다)처럼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 이것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명리학의 출발이다.
인간은 애초에 불완전한 동물이다. 사주팔자는 여덟 글자이고, 오행은 다섯 개이니, 어떻게 해도 뭔가 하나는 부족하거나 넘치기 마련이다. 즉 어떻게 해도 완벽하게 조화로운 사주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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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학은 숙명론인가?하는 물음도 단골로 등장한다. 명리학은 숙명론이 아니다. 명리학은 '인간의 운명을 다루는 학문'이다. 운명運命의 운運자를 보라. 이 운자는 글자 그대로 군대의 행군을 가리킨다. 전투 중인 군대는 진격하고 후퇴하며 매복하고 또 머물러 쉬기도 한다. 한마디로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뜻이며, 군이 움직이지 않는 경우는 딱 한 가지 뿐이다. 모두가 몰살당했을 때이다.
따라서 운명, 즉 "명命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학문이 바로 명리학이다. 여기에서의 명은 우리가 태어나면서 우주로부터 부여받은 모든 질료의 총합이다. 명리학은 중국인 특유의 철저한 현실주의적 사유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이 학문의 유통기한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다. 명리학은 온전히 삶에 국한된 학문이며 삶 이전, 그리고 죽음과 죽음 이후는 설명할 수도 설명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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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학은 과학으로 설명하기 힘든 영적 능력으로 그 사람의 미래를 알아맞히는 신점神占의 세계가 아니다. 점술이나 신점은 그 사람의 미래, 즉 인생의 결론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는 그 이야기가 잘 맞는다, 맞지 않는다 라는 평가가 따른다. 이와 달리, 명리학은 뭔가를 적중시키거나 미래의 일을 미리 알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뭔가를 미리 말해주기보다 오히려 삶의 고민과 이야기를 들어주는 쪽에 가깝다. 한마디로 카운슬링이다.
명리학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자신의 사주를 들여다볼 줄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자신과의 끝없는 대화가 필요하다. 하물며 자신의 사주도 그럴진대 다른 사람의 사주를 본다는 것은 어떠하겠는가? 명리학을 기반으로 누군가와 대화를 할 일이 있다면, 그에게 많은 것을 묻고, 실제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실제의 현상과 명리학적 질서가 이루고 있는 관계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제대로 명리학을 공부했다고 말할 수 있다.
나를 찾아와 상담을 하는 사람 중에 열 명 중 세 명은 원국대로 살고 있다. 원국原局이란 쉽게 말해 '태어날 때 주어진 명命'이란 뜻이다. 하지만 나머지 70퍼센트는 다양한 이유로 자신의 원국대로 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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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원국대로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자신의 원국대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자신의 삶에 대해 자족감과 행복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해 외부적인 상황이나 조건 때문에 자신의 원국대로 살지 못하는 사람은 그가 이룬 사회적 성취와는 상관없이 늘 허전함을 느끼고,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
만일 스스로 자신의 삶이 고민스럽거나 또는 다른 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게 되었다면 원국을 살펴보는 것이 유의미하다. 자신 또는 고민을 토로하고 있는 그가 자신의 원국대로 살고 있는지 아닌지를 먼저 살피는 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명리학은 숙명론이라기 보다는 '관계의 해석학'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나와 사람, 나와 세계, 나와 우주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누군가 당신에게 주어진 원국대로 대운에 맞춰 정해진 운명대로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인간의 삶은 그리 간단치 않다.
그렇다면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명리학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판단과 의지이다.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도를 따지면 의지와 판단이 70퍼센트쯤 된다. 여기에 '태어날 때 주어진 명'이란 뜻을 가진 자신의 원국이 전체의 약 30퍼센트쯤 결정한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 자신의 판단과 의지가 영향을 미치는 70퍼센트를 위해 나머지 30퍼센트인, 태어나면서 우주로부터 부여받은 자신의 질료를 잘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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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명리, 운명을 읽다』, 강헌 지음, 돌베개 펴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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