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고사에 남해왕과 북해왕 사이에 '혼돈混沌'이라는 이름의 혼돈왕이 있었다. 어느 날 혼돈왕은 남해왕과 북해왕을 초청해서 잔치를 거하게 열었다. 그때 인간에게는 일곱 개의 구멍이 있었는데, 혼돈왕에게는 몸에 구멍이 하나도 없었다. 잔치로 인해 기분이 좋았던 남해왕과 북해왕은 잔치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혼돈왕에게 하루에 한 개씩 구멍을 뚫어주었다. 그런데 혼돈왕의 몸에 일곱 개째의 구멍을 뚫는 순간, 그만 혼돈왕이 죽어버렸고, 혼돈이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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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전형적인 동양 우화인데,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방위로 보면, 남해왕이 있는 남쪽은 '화火', 북해왕이 있는 북쪽은 '수水'이다. 혼돈왕이 살아 있었을 때는 남쪽과 북쪽의 가운데에서 둘을 중재하는 '혼돈'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불과 물이라는 서로 공존할 수 없는 극단적인 요소들이 혼돈왕이라는 중간적인 존재로 인해서 순탄하게 공존했다.
그러나 혼돈왕이 사라지자, 이 때부터 남해왕과 북해왕은 처절하게 전선을 맞대고 죽느냐 사느냐의 게임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른바 음양陰陽이라는 개념이 출현한 것이다. 이 이야기에는 구멍을 뚫지 않고 그대로 놔뒀으면 되는 것을, 더 좋게 한다고 구멍을 한 개씩 뚫는 바람에, 다시 말해 우주가 이미 부여한 질서를 인위적으로 바꾸려고 하는 바람에 혼란과 갈등이 시작됐다는 뜻이 숨어 있다.
우리가 지금 있는 이 곳을 '정의'라고 규정하는 순간, 그 공간을 제외한 곳은 '부정의'가 되어버린다. 이렇듯 경계를 명확히 하는 시대가 오히려 진정한 혼돈의 순간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우주 근원의 시점에서 볼 때 음과 양으로 규정되기 이전의 혼돈의 상태, 즉 그 자체로 조화로운 상태인 혼돈의 상태야말로 우주의 가장 완벽한 상태였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 혼돈왕의 시대가 사라지고, 남해왕과 북해왕만 남게 되면서 중간이 사라진 음과 양의 개념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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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명리, 운명을 읽다』, 강헌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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